오늘 날 HP는 컴퓨터, 프린터로 유명한 회사다. 지금은 PC사업에 철수했지만 한 때는 세계 1위 PC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업계 1위를 오랜 기간 유지할 만큼 입지를 굳힌 HP지만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 당시 개인용 컴퓨터(PC)를 생산할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기업용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HP는 무전기, 레이더 등 군수 장비에서 큰 성장세를 이룬 뒤 70년대 초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시장에도 진출하게 된다. 당시 아시아의 내로라는 IT기업 요꼬가, 삼성과도 협업한 바 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1970년대 초 HP에서 근무할 당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설립했다는 이야기는 꽤나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가 워즈니악과 친분을 쌓게 된 계기도 HP에서 함께 컴퓨터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워즈니악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HP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문가형 컴퓨터에만 집중했다. 애플이 76년 내놓은 개인용 컴퓨터가 시장에서 반응이 좋자 그제서야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1980년이 되어서야 개인용 컴퓨터 모델을 출시했다.
컴팩 인수 후 HP의 색깔을 잃어버리다
PC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한 HP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삐긋거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경쟁사인 컴팩을 인수하며 단숨에 전 세계 1위 PC업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기업문화의 충돌, 사업 개편 등으로 하루하루가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한다. 엄청난 출혈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했으며 비인간적인 사업 운영으로 인해 HP가 내세우던 실리콘밸리의 경영 철학은 점차 희미해져갔다.
회사 내부 사정뿐 아니라 시장 상황도 HP의 편에서 멀어져갔다. 2010년 대에 들어서면서 모바일이 강세를 띄면서 PC시장은 점차 하락세를 탔다. 시장의 변화 속에 모바일과 태블릿 PC를 개발하며 HP 역시도 변화를 택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애플과 구글이 앞서나가고 있던 모바일 분야에서 HP가 설 곳은 마땅치 않았다. 이에 HP는 모바일과 태블릿 PC, 그리고 주력하던 PC사업까지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연간 4,0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던 HP의 PC사업부의 영업이익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