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영화, 방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를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약 20년 전 만해도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려면 녹화를 하거나 비디오, DVD를 빌리러 대여점에 갔어야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DVD 대여사업을 영위하며 생존한 기업이 있다. 바로 레드박스다.

2000년대 DVD 대여 시장은 3강 체제 위주로 돌아갔다. 먼저 1985년 설립된 블록버스터는 1990년대 미국 내 비디오 대여점의 대명사로 손꼽히며 오랜 기간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현재 전 세계 1위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도 3강 중 하나다. 우편을 통해 DVD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성장했으며 이후 2010년대부터는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창업자는 블록버스터에 높은 연체료를 물었던 경험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기업은 바로 레드박스다. 레드박스는 매장형 대여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던 블록버스터와 우편 전달 방식을 고집했던 넷플릭스와 달리 슈퍼마켓, 편의점 등 동네에 키오스크, 즉 자판기를 설치해 DVD를 대여해주는 사업으로 고객층을 확보했다. 

2020년대 현재 모두가 잘 알다시피 넷플릭스는 전 세계 2억명의 회원을 확보한 글로벌 OTT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레드박스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생존하여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가 오프라인 매장 운영으로 높은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했다면 레드박스는 자판기 형태의 키오스크를 운영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레드박스에서 대여한 DVD는 모든 키오스크에 반납할 수 있다. 레드박스의 키오스크는 미국인 70%가 차로 5분 거리로 도달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그리고 많이 분포해있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레드박스는 3,900만 명의 회원이 있으며 4만 개의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노년층 등이 대부분이다. 레드박스는 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느리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에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선보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실적이 조금씩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박스는 충성고객들이 익숙한 오프라인 키오스크를 운영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먼저 온, 오프라인을 적절히 조합했다. 온라인으로 DVD를 예약하고 오프라인 키오스크에서 픽업하는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천천히 유입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레드박스의 전략은 급격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기존 고객들을 놓치지 않으며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