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체의 크기가 점차 작아짐에 따라 미세공정에 대한 니즈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후가공에 포함되는 패키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인 네패스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반도체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네패스의 전신인 크린크리에이티브는 1990년 설립되어 2년 만에 반도체·디스플레이용 미세회로 형성용 현상액을 국산화하며 이름을 알렸다. 네패스가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0년이다.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패키징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본 네패스 이병구 회장은 첨단 기술이 발전할 수록 반도체의 고성능화, 소형화가 이뤄질 것으로 봤고 그에 따라 패키징의 중요성도 강조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의 판단대로 반도체의 기능은 늘어난 데에 반해 크기는 점점 작아졌고 패키징에 대한 반도체 기업들의 니즈는 높아지기 시작했다. 관련 패키징 기술 개발과 생산라인을 이미 갖추고 있던 네패스는 자연스럽게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반도체 패키징은 반도체가 전자기기에 연결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과정을 뜻한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삼성전자, TSMC같은 웨이퍼에 반도체를 찍어내는 공정을 맡는다면 후공정인 반도체와 외부 단자와의 연결과 충격으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하는 포장 과정을 도맡는 것이 네패스 같은 패키징 전문기업들이다. 이 같은 분업화가 이뤄지는 이유는 반도체의 성능이 극도로 높아지고 회로 선폭이 나노 수준에 달할 정도로 미세해지면서 생산공정 별로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대한 니즈가 늘어남에 따라 네패스는 그에 따른 공정 기술을 선보이고 생산단가를 낮추는 등 협력사, 자사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네패스의 강점으로 손꼽히는 팬 아웃 웨이퍼 패키징 기술(FOWLP)는 웨이퍼 상태의 칩을 바로 패널에 옮겨 입출력 단자를 붙이는 기술로 와이어 연결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크기를 더 작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사각형 패널에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기술도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원형 패널과 비교해 5배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꾸준한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네패스는 연 매출 3,500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지 20년 만이다. 전체 매출 중 반도체 패키징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80%가 넘는다. 국내에서는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해외에서는 반도체 핵심 기술을 갖춘 기업 10곳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네패스는 대만,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선두기업들과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