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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패션의류 시장을 평정한 한섬 정재봉 회장은 한국 패션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경영자로 손꼽힌다. 그런 그는 4,200억원에 한섬을 매각한 뒤 고급 골프 리조트를 세워 인생 제 2막을 걷는가 싶더니 새로운 골프웨어 브랜드를 런칭하며 또 다른 도약에 나서고 있다. 

정재봉 회장이 한섬을 창업한 해는 1987년. 당시만해도 국내 여성의류는 정장브랜드와 캐주얼브랜드로 양분화되어있었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내세운 트렌디한 브랜드가 없었다. 이에 정 회장은 타겟을 나누고 그에 따라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정장과 캐주얼을 조합시키거나 개성있는 디자인을 내세워 마인, 시스템, 타임 등의 브랜드를 선보였고 백화점에 입점해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시스템의 경우 국내 여성 캐쥬얼 패션의 효시가 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섬은 마케팅도 남달랐다. 백화점의 할인 행사와 판촉 권유에도 브랜드 이미지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절대로 실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고 덕분에 한섬의 브랜드는 고급 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섬은 연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내는 거대 패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2012년 한섬을 매각한 정 회장은 곧바로 두번째 사업에 돌입했다. 그의 두번째 도전은 바로 골프였다. 경남 남해에 위치한 고급 골프 리조트 사우스케이프오너클럽은 2013년 문을 열었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에 한섬을 매각하면서 얻은 수익금 대부분을 사우스케이프오너클럽을 건설하는 데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사우스케이프오너클럽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골프 코스 중 9위에 선정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우스케이프오너클럽은 리조트 전체를 럭셔리로 휘감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회장은 한국도 세계 부호들이 찾아올 만큼 명품 리조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의 말 대로 사우스케이프오너클럽은 슈퍼리치와 유명인들이 여럿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사우스케이프오너클럽의 이름을 따 지난해에는 골프웨어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를 선보여 또 다시 패션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별다른 마케팅없이 온라인 쇼핑몰과 직영 매장 하나만으로 9개월 만에 111억원의 매출을 내며 국내 토종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줬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급 골프 리조트의 이미지와 함께 정 회장이 런칭한 브랜드로 입소문을 타며 해외 골프웨어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