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 공식 건배주, 대통령 재외공관장회의 공식 만찬주 등 국내 중요 행사마다 이름을 올리는 전통주가 있다. 바로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복순도가다.
2세 경영인 손에서 브랜드 재해석
복순도가는 손막걸리와 탁주, 양주를 빚는 양조장이다. 창업주인 박복순 대표의 이름을 딴 이 양조장은 2세 경영인 김민규 대표의 손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김 대표는 양조장 건축부터 제품 디자인, 브랜딩, 마케팅까지 직접 도맡으며 복순도가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새로운 브랜드로 탄생시켰다. 복순도가는 이른바 가양주를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가양주란 집에서 직접 담근 술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집집마다 혹은 지역별로 가양주를 담그는 문화가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복순도가는 가양주를 표방하는 기업답게 누룩부터 직접 만든다. 직접 만든 누룩과 함께 70년 넘은 항아리에 막걸리를 발효시킨다. 시중 막걸리와 비교해 약 10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옛 방식을 고수하며 손으로 직접 빚은 순수 생막걸리를 표방한다.
제조 방식이 다르다보니 맛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복순도가는 업계 최초로 탄산을 막걸리 속에 녹여내 탄산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막걸리를 제조한다. 다른 막걸리들이 병뚜껑을 살짝 열어 탄산이 빠져나가도록 한 것과는 반대다. 탄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압력에 의해 병이 팽창되거나 외형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압병을 사용하는 데다 뚜껑을 열 때 탄산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도록 병을 와인병처럼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복순도가는 MZ세대들 사이에서 스파클링 막걸리로 통한다.
발효문화를 알리다
김 대표는 미국 최고의 건축대학으로 꼽히는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가업을 이어받았다. 김 대표의 집은 할머니 때부터 술을 잘 만드는 집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집에서 만든 막걸리의 고유한 맛을 살리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이를 소개한다면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2010년 회사를 설립해 직접 양조장을 건축하고 브랜딩까지 도맡아 지금의 복순도가를 탄생시켰다. 양조장 투어를 오는 관광객만 하루 1,000에서 2,000명에 달할 정도다. 양조장 공간은 발효건축이라는 컨셉트로 지어져 막걸리가 발효되는 과정을 공간에 담았다. 복순도가에서 생산된 전통주를 페어링한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도 열었다. 레스토랑에서는 어머니와 양조장 근처 이웃들이 담근 장과 식초를 활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막걸리 체험 클래스도 함께 제공하여 발효문화를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