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으로 불리는 LP은 대표적인 아날로그 음악 청취 수단이다.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들리는 치지직 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카세트테이프, CD의 등장으로 LP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가다가 디지털 스트리밍이 탄생하면서 그대로 사양길로 빠져들었다.
그러한 LP가 최근 때아닌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스트리밍이 익숙한 디지털 세대들에게 LP는 새로운 음악 경험으로 다가온다.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LP를 듣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07년 250만장에 머물렀던 전 세계 LP판매량은 10년 뒤인 2017년 15배 이상 뛰어올랐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LP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13년 만에 LP 생산업체가 생겨났다. 바로 마장뮤직앤픽처스다.
심상치않은 해외 LP시장 흐름, 국내에서도 가능성있다고 판단
마장뮤직앤픽처스의 하종욱 대표는 3만 장이 넘는 LP를 소장 중인 LP매니아다. 해외에서 LP가 다시금 주목받으며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지켜본 그는 국내에서도 그러한 기회가 올 것으로 봤다. 돈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LP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유일한 LP커팅 작업 기술자인 백희성 엔지니어의 합류로 마장뮤직앤픽처스는 국내 유일의 LP생산 기업이 됐다.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LP생산의 명맥이 끊겨 기술을 복원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됐고 설비를 구축하는 데에도 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공장을 연 뒤 주문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00장에서 1천장, 2천장까지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1만 장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6개월을 기다려야 예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넘치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일본 등 해외에 의뢰할 정도다. 김광석, 조용필 등 오래된 명반이나 클래식을 재발매하던 흐름도 바뀌는 추세다. 최근에는 백예린, 크러쉬 등 젊은 아티스트들의 신보도 LP로 만들어지면서 마장뮤직앤픽처스에 LP제작을 의뢰하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