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로렌, 인디안, NII 등 친숙한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이 한 회사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코오롱, 제일모직, 이랜드 등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라 중견기업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세정그룹이다.
황야 달리는 인디안처럼
패션기업 세정그룹은 한 때 국내 의류기업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면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기업이다. 특히 인디안은 단일 브랜드로 국내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며 연 3,800억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세정그룹의 창업주인 박순호 회장은 1974년 기계 제작소에서 기계를 빌려 무작정 의류 생산에 나서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편직기와 재봉틀 몇 대를 두고 동춘섬유공업사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장사가 아닌 기업을 꿈꿨던 박 회장은 브랜드를 런칭하는 데에 집중했다. 외국 서적에서 인디언 추장이 황야를 바라보는 사진을 본 뒤 박 회장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브랜드 명을 인디안으로 정했다.
품질 내세워 브랜드 런칭, 대리점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니 품질 경영은 당연히 뒤따라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박 회장은 직접 모든 제품을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고 확인한 뒤에 출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재래 시장 등에서 좋은 품질로 입소문을 탄 인디안은 88년부터 도매상이 아닌 직접 판매 전략을 선택하면서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대리점 체제로 전환한 지 7년 만에 1,000억원의 매출을 낸 것이다. 당시 이 같은 판매 방식은 대기업들에 국한되어있던 방식이었지만 박 회장은 유럽 국가와 뉴욕 거리의 로드숍을 보고 대리점 유통 방식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판단은 적중하여 인디안은 대리점을 통해 국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IMF로 사업을 축소하던 다른 기업들과 달리 세정그룹은 오히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그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NII다. IMF로 위축되어있던 국민 정서에 좀 더 밝은 영향을 주기 위해 영 캐쥬얼을 런칭한 것이다. NII 역시 성공가도를 달리며 런칭 3년 만에 1,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러한 성공방식을 토대로 세정그룹은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남성복 트레몰로를 비롯해 캐주얼 브랜드 크리스크리스티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