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수도권과 먼 거리, 부족한 인재 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 분야는 불모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제주에 제약공장을 세우며 급성장한 중소기업이 있다.
기술력 인정 받았음에도 난항 지속
한국비엠아이는 2005년 CJ그룹 연구원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중소 제약사다. 설립 당시 경기도 의왕시에 둥지를 틀었지만 2010년 제주도로 이전했다. 한국비엠아이의 이광인 대표는 중앙대 약대 출신으로 약사, 연구원으로 근무 제약 유통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다. 대주주들 역시 대부분 연구원 출신으로 당시 작은 제약사로 출발할 당시에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철분 주사제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여러 품목에서 특허를 획득했지만 자금 확보부터 시작해 연구개발, 경영까지 난항이 계속됐다.
기회가 된 제주행
그렇게 난항을 겪던 중 한국비엠아이는 제주행을 선택했다. 당시 제주는 제약공장의 불모지였으나 경영진들은 제주대학의 우수한 인력들에 주목했다. 제주대학에는 의과대학과 수의학대학이 있으니 충분히 연구개발 인력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오히려 제주에서는 경쟁업체가 없으니 더 좋은 상황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천연물 신약에 대한 신사업도 구상하고 있던 한국비엠아이에게 제주는 그야말로 자료의 보고였다. 각종 해조류 등 청정자원이 풍부한 제주라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제주시의 지원도 한 몫했다. 제주시에서는 공장부지 70%를 지원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비엠아이는 12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제주도에 공장과 연구시설을 지었다.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제주도 이전 전 연매출 100억원 수준의 중소 제약사는 현재 연매출 1,00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다. 물류비 부담이 크다는 점과 도선료가 붙어 원자재값이 더 비싸다는 점 등이다. 또한 수급 문제도 가끔씩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각종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현재 한국비엠아이의 임직원 수는 250명으로 90%이상이 제주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