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방가구 전문기업 에넥스는 1970년대 오리표 싱크로 유명했다. 당시 아파트 붐으로 국내 주방문화를 싱크대 위주로 바꾸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주로 제품을 납품했다. 오리표 싱크는 그 당시 주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일본보며 입식부엌 시대올 것이라 예상
오리표 싱크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 주부들은 허리를 굽히고 쪼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해야했다. 싱크대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설거지통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던 시기였다. 에넥스의 박유재 회장은 어머니의 휜 허리를 보며 입식부엌 문화를 국내에 도입하리라 마음먹었다. 1963년 제일도기사라는 회사를 창업해 위생변기, 타일 등을 수입하는 일부터 시작해 국내 생활문화를 선도해왔다. 유통업만으로는 회사를 키우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싱크대 생산을 통해 제조업에 뛰어들기로 맘먹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일본이었다. 박 회장은 일본의 주택문화와 건설기술을 보며 우리나라도 곧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 예상했다. 일본의 싱크대 회사에 찾아가 기술을 배워왔다.
인식 부족으로 골머리, 이후 아파트와 호텔 수요늘어나며 사업 확장
68년 처음으로 싱크대 생산을 시작한 뒤 71년에는 오리표라는 상표를 붙이고 서일공업사라는 회사를 만들어 주방기기 산업을 이끌었다. 특히 박 회장은 입식부엌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아궁이가 있는 부뚜막이 흔했던 시기, 사람들은 서서 설거지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그렇게 초기에는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아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아파트같은 주택수요가 폭증했고 호텔이 우후죽순 지어지면서 주방기기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다.
브랜드명 바꾸고 훨훨
그렇게 오리표 싱크는 20여 년 간 큰 사랑을 받으며 국내 입식부엌 보편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1992년 상표를 바꾸는 결단을 내린다. 대중적인 브랜드 오리표를 버리고 에넥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브랜드 상호를 바꾼다는 결단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에넥스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고급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단행했고 애프터서비스 체제도 구축했다. 에넥스로 상호와 회사명을 바꾼 첫 해 매출은 30% 이상 올랐으며 1995년에는 상장하는 데에까지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