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기 그룹은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펌프 회사다. 1964년 설립되어 올해 거의 60살이 된 중견기업으로 지금까지의 역사만큼 앞으로도 더 오래 이어가는 회사를 꿈꾸고 있다. 약 40여 년 전 가수 서수남, 하청일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물 걱정 마세요. 한일 자동펌프’라는 CM송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이 회사는 서수남, 하청일 콤비를 비교적 최근까지 광고모델로 사용하며 오랜 역사만큼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기술 익힌 뒤 창업, 세탁기 부품사로 시작
한일전기의 창업자 김상호 회장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기술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곧바로 기술직으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뗐다. 하지만 1945년 태평양 전쟁의 영향으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사업에 뛰어들어 수차례의 실패를 겪은 적도 있다. 그러던 중 고물상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오랜 숙원이었던 기계 부품 사업에 뛰어들었고 호남철공소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호남철공소는 일본 굴지의 세탁기 업체 산요전기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후 거듭된 기술개발 끝에 완제품 생산까지 가능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1961년 세탁기 완제품 생산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고극의 발전을 위해 뛰어든 자동펌프 사업
하지만 그의 또 다른 꿈은 고국에 있었다. 기술을 통해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었다. 결국 1963년 한국행을 택한 김 회장은 세탁기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경제 수준에서는 세탁기에 대한 수요가 낮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산요전기와 일본 현지의 회사의 시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한국에 가장 필요한 기계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자동펌프라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산요전기의 도움을 받아 자동펌프 생산 기술을 터득한 그는 곧바로 자동펌프 생산에 돌입했고 회사를 설립했다. 이것이 바로 한일전기의 시작이다.
단상모터와 선풍기 모터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했지만 국내에선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한일전기는 국내 최초로 자동펌프 생산에 성공했으나 재일교포였던 김 회장은 국내 사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고 판로 개척이 힘들어지자 직판점을 내 판매에 나섰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릴 필요없이 수도꼭지를 열면 펌프가 물을 끌어올려주는 시스템은 획기적이었으나 가격이 비싸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꺼려했다. 하지만 첫 판매 이후 상황은 완전이 달라졌다. 성능을 확인한 구매 고객에 의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