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 소비량이 늘면서 커피 자판기 시장도 변화를 맞고 있다. 건물 복도나 지하철역에 설치되어있던 대형 인스턴트 커피 자판기가 소형 원두커피 자판기로 대체되면서 식당, 사무실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다방커피가 흔하던 시절, 소형 커피머신의 가능성을 보다
이러한 소형 커피 자판기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 동구전자는 약 30년 간 커피 자판기 한 우물만 팠다. 동구전자를 설립한 박원찬 회장은 1989년 미국에서 소형 커피머신을 처음 접한 뒤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창업한 시기인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에는 국내 커피 문화가 다방이나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흔했다. 국내에도 커피머신이 보급될 것으로 본 그는 2년 간의 개발 끝에 소형 커피머신을 출시했지만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스턴트 커피 자판기가 흔했던 국내에서 소형 커피머신인 다소 생소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직접 영업을 뛰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소형 커피머신의 가능성을 높게 본 삼성전자와 손을 잡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로가 열렸다. 삼성의 커피 자판기를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생산하여 납품하기 시작했고 이후 LG와도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 삼성과 LG가 커피 자판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동구전자는 또 다시 위기에 빠졌고 자체 브랜드 개발에 착수할 수 밖에 없었다.
식당, 사무실 중심으로 입소문. 코로나19 이후 무인카페 사업도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외환위기 이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다방커피 대신 커피머신이 있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식당들이 점차 동구전자의 커피머신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 제품인 티타임은 지금까지도 식당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델로 동구전자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전문가급 원두커피 머신 베누스타를 선보여 상업시설 등에 납품했다.
소형 커피머신 시장이 급격히 성장을 이루자 경쟁도 치열해졌다. 하지만 동구전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최근에는 최고급 커피머신의 성능을 그대로 재현한 무인카페용 커피머신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무인카페가 성행하면서 동구전자의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천만원 대의 고가임에도 출시 1년 만에 500여 대가 팔려나갔다. 자회사를 통해 커피원두를 보급하고 무인카페 창업 컨설팅도 제공하는 등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